A Shapeless Move - Duo Show, Moong Lee and Eo Jin Lee
이뭉의 <형상 없는 춤>은 존재의 파편화와 그 존재의 재건을 다룬다. 이는 휴지와 금속판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물성으로 제시되는데, 휴지는 ‘일회성’ 혹은 ‘버려짐’의 물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단단히 결합된 형태로 제시된다. 반면 금속은 ‘불변’ 혹은 ‘지속성’의 성질을 띠지만 이뭉의 작업에선 찢어지고 파편화된 형태로 제시된다. 인간의 특성은 이와 같이 가장 유약한 부분이 모여 때로 하나의 방어 체계를 구축하기도 하고, 가장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의도치 않게 한 사람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작가는 이와 같이 존재의 지속적 변화와 유동성을 물성으로서 표현하고, 그것이 재건되는 과정을 춤(움직임)의 은유로 표현하며, 부서졌기에 가능했던 재건의 형태를 그린다.
이어진의 <형상 없는 춤>은 물리적 형상을 잃은 존재들을 샤머니즘적 시선으로 풀어낸다. 또한 ‘춤’ 이라는 변화와 움직임을 보여주는 상징을 통해 치유의 과정 및 살풀이 춤과 같은 샤먼의 의식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동시대에 발생하고 있는 아픔들을 작가의 경험에서 생겨난 주요한 전달 도구이자 작품 제작의 매개체인 토템을 통해 시각화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보며, 망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저승화폐이자 무구(巫具)인 '지전'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형태적 특징을 패턴화하여 반복적으로 나타낸다. 지전은 단순히 돈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들을 포함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안녕의 메시지로 기능한다.
이 두 작가가 공동으로 제작한 <드러나는 형상>에서는, 서로의 작업에서 ‘인간 소외’라는 공통 키워드를 가져와 이를 전면적으로 나타내 보인다. 인간을 밑거름 삼아 발전해 온 사회에서 개성을 잃고, 얼굴을 잃어버린 채 사회 곳곳에서 획일화된 삶을 강요당하는 인간 군상을 시각화 하였다. 이는 우리가 사회에서 마주하는 허탈감과 정체성 상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은 이를 통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그 사각지대를 조명하고자 한다.